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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10:54:55)
“마르크스로 대체 가능” “자본주의 체제는 계속” ㆍ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포럼 ‘세계화와 자본주의 체제 위기’ 2007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자본의 방종’을 경고한 카를 마르크스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출판사와 서점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판매량이 급증하자 “마르크스가 돌아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분석하는 데 마르크스의 이론이 유효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다. 계간 ‘마르크스주의연구’를 펴내며 관련 이론을 중점 연구하고 있는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지난 1일 ‘세계화와 자본주의 축적체제 위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공황론 전공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69)와 김성구 한신대 교수(58)가 현 경제위기의 진단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김수행 교수는 지난 5월 출간한 <세계대공황>에서 “현재의 상황은 수많은 공황 국면의 일환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축적 양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특별하고 드물며 구체적인’ 공황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자유방임 시장경제를 정부 개입의 혼합 경제체제로 전환시킨 1930년대의 공황,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를 불러온 1970년대의 공황에 이은 세 번째 대공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김성구 교수는 자신의 논문 4편과 해외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논문들을 모아 지난 3월 펴낸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에서 아직 현 체제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각에서 현 경제위기를 분석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란 1930년대 대공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경제에 개입한 뒤 독점자본과 결탁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번 위기는 7~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순환상의 공황과,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한 금융위기가 중첩된 것”이라며 “그 규모가 크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산업순환과 회복하에서 신자유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자본축적의 양식 변화를 요구하는 현재의 금융위기는 공황 국면이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제도가 없다… 따라서 구조적 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김성구 한신대 교수 두 학자는 서로의 저서에 대한 서평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가했다. 김수행 교수는 “김성구 교수가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이에 대응해 1970~1980년대 나타난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를 구별함으로써, 두 체제 모두 국가가 독점자본의 이익 수호를 위해 개입한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사회정책의 확대와 소득재분배 개선, 은행의 사회화와 근본적인 금융개혁, 사회서비스의 사유화·민영화 중지 등의 해법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현재 위기의 성격과 전망이다. 김성구 교수는 위기를 호황기의 초과수요로 과잉생산이 발생해 일어나는 경기순환상의 ‘주기적 공황’과 자본주의 체제 생산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구조적 위기’로 명확히 구분한다. 구조적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성 증가를 위해 자본이 설비 등을 늘림으로써 결국 투하자본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 즉 이윤율이 줄어들어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다는 이론을 주창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위기는 과잉생산에서 비롯된 주기적 공황이지만, 또 한 번의 구조 위기라기보다 신자유주의 금융위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1970~1980년대 이래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은 계속 관철돼 왔지만, 아직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전망이 나오지 않아 구조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수행 교수는 김성구 교수의 주기적 공황과 구조적 위기 구별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한다. 두 공황 모두 이윤율 저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잉여가치 착취를 증대하고자 하는 자본의 각종 노력들이 모순적 상황들을 낳고 이것이 공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여기에 김수행 교수는 김성구 교수가 경쟁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로, 독점자본이 대공황의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결탁해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발전한다는 ‘단계론’에 천착하는 점을 비판한다. 신자유주의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라기보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김수행 교수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최종적 단계라는 점을 미리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자본론>이 자본주의의 ‘일반’ 이론을 제공한다고 말하면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등 ‘특수’ 이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본론>이 현재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자유경쟁, 독점적 경쟁, 국가와 독점자본의 유착 등이 공존하는 것을 인정하고 경제 전체가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더욱 큰 분석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김성구 교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국가로부터 독립된 시장 체제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며, 국가는 노동유연화와 공공부문 사유화 등 케인스주의 못지않게 경제에 적극 개입했다”는 점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적 구조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는 논지를 편다. 그는 “김수행 교수가 신자유주의의 금융위기에 대해 뛰어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제공하지만, 주기적 공황과 구조적 위기를 구별하지 않아 현재 위기의 중층적 성격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고 논박했다. 김성구 교수는 김수행 교수가 주장하는 세계대공황에 대해 일관된 어조로 “경기순환상의 하나의 국면인 공황이지만 축적양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특별한 공황이라는 정의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구조적 위기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공황이 경기순환상 공황의 원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본주의 발전의 단계변화와 관련된 모순과 위기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이 부분의 분석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국가개입을 인정하면서도 왜 독점과 국가독점을 분석할 이론을 회피 또는 거부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두 사람은 “신자유주의적 축적양식이 계속해서 온존한다면 그에 따른 구조적 위기, 세계대공황의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김수행 교수가 “금융자본의 손실을 사회적 손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려는 것은 엄청난 계급투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를 파국에 빠뜨릴 것이므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계속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는 반면, 김성구 교수는 비관적 예측을 내놓는다. 김성구 교수는 “현 정치지형과 계급투쟁의 상태에서 하다못해 케인스주의로의 복귀조차 말할 수 없다”며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위기 속에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체제를 위해서는 정치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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